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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자본시장, 우버 모멘트에 직면하다

한국 자본시장,
우버 모멘트에 직면하다

 

금융사를 거쳐야만 했던 기존의 금융 디지털화와는 달리, 최근 핀테크는 소비자들 간에 직접 금융거래가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현함으로써 금융시장에 ‘우버 모멘트Uber Moment’의 도래를 알리고 있다.

 

글 황광석 EY한영 어드바이저리 상무

 

핀테크, 우버화로 대변혁의 기로에 서다
최근 자본시장을 포함한 금융시장의 화두는 ‘우버화Uberization’다. 이는 정보기술IT의 새로운 트렌드인 ‘온 디맨드on demand’ 서비스의 대표 주자라 할 수 있는 차량 공유 서비스 우버Uber에서 유래된 신조어다. 우버화의 핵심은 ‘전문 자격증 있는 중개자 없이’ 수요자와 공급자가 특정 플랫폼을 통해 직접 연결돼 재화와 서비스를 주고받는 것이다.
금융시장의 우버화는 그간 소수 전문가 집단에 의한 전통적인 중개 산업으로 여겨지며 높은 진입 장벽에 둘러싸여 있던 금융 산업의 근간을 뒤흔들 수 있다는 점에서 혁명적이라 할 수 있다. 모바일 환경에 익숙한 밀레니엄 세대 이후의 금융소비자들은 연결 접근성이 뛰어난 실시간 시스템은 기본이고, 비용 절감, 강화된 보안성 등 소비자 편의 위주의 서비스를 장착한 플랫폼에서 자발적으로 직접 거래하기를 선호한다.
이는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금융 산업에서 힘이 소비자에게로 이동한다는 것을 예측하게 한다. 미국의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보고서를 통해 2014년 기준 미국 전체 은행 이익의 7%에 해당하는 110억 달러의 이익이 기존 은행으로부터 핀테크 기업으로 넘어갈 수 있다고 추정했다. 1994년 빌 게이츠는 “은행 업무는 필요하지만 은행은 필요치 않다”고 단언했다. 20여 년이 지난 지금, 세계 금융시장은 새로운 패러다임인 핀테크와 우버화로 대변혁의 기로에 서 있다.

 

 

P2P 대출과 로보어드바이저로 보는 자본시장의 우버화
시티그룹이 2016년 3월 발표한 ‘디지털 파괴’에 따르면 현재 핀테크 기업들은 개인 및 중소기업 대상의 지급결제 및 개인 간 거래P2P 대출을 주로 취급하고 있다. 시티그룹의 디지털 전략 최고책임자인 그렉 벡스터는 “디지털 혁명은 기업에서 소비자로의 힘의 이동을 뜻하기에 핀테크 신규 진입자들에게 가장 매력적인 목표가 리테일 금융인 것은 자연스러운 결과다”라고 말한다.
P2P 대출의 역사는 고대까지 거슬러 올라가지만, 온라인 플랫폼에서 금융기관의 중개 없이 개인 간에 필요 자금을 지원하고 대출하는 서비스는 2005년 영국의 조파가 처음 시작했다. 이후 미국의 렌딩클럽, 프로스퍼 등이 P2P 대출 시장에서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데, 이들의 현재 대출 규모는 전체 대출의 1% 미만에 불과하나 향후 전망은 밝다. 영국의 다국적 회계컨설팅 그룹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P2P 대출 규모가 오는 2025년까지 1500억 달러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한다.
자본시장으로 눈을 돌려보면, 자산관리 분야에서는 이미 우버화가 진행 중이다. 바로 로보어드바이저를 통해서다. 과거 자동화 매매와 다른 점은 딥러닝과 머신러닝이 더해져 스스로 데이터를 학습하고, 주기적으로 데이터를 수정하며 실수를 자체 분석해 자산 손실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모델을 변화시킨다는 점이다. 로보어드바이저는 자산운용사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개인투자자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포트폴리오를 효과적으로 리밸런싱한다는 점에서 향후 전망이 밝다.
시티그룹의 <디지털 파괴>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기준, 로보어드바이저 업체들의 총 운용자산 규모는 200억 달러로, 아직까지는 자산관리 자문·운용 부문의 틈새시장에 불과하지만, 인터넷에 익숙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점차 중요한 자문·운용 수단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 예상한다. 대표적인 로보어드바이저 업체인 미국의 베터먼트, 웰스프런트 등에 이어 글로벌 자산운용사 뱅가드, 온라인증권사 찰스스와프 등도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에 뛰어들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3월 금융위원회가 금융상품자문업 활성화 방안의 일환으로 로보어드바이저의 자문·일임업무 수행 및 인력 대체를 단계적으로 확대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차량 공유 서비스 ‘우버’가 기존의 택시가 아닌 새로운 형태의 서비스로 소비자들의 새로운 요구를 만들어낸 것처럼, 금융시장에서의 ‘우버화’는 기존의 대면 채널이 아닌 모바일을 주요 채널로 해 모바일 환경 내 플랫폼을 통해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 작용하도록 돕는다. P2P 대출을 예로 들면, 자금을 필요로 하는 개인과 자금을 제공하고자 하는 개인이 온라인 대출 플랫폼을 통해 연결되면서 금융사의 간접 금융 기능 및 역할이 자연히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결국, 우버화한 금융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플랫폼이다.
미국 경제학자 클라이튼 크리스텐슨은 1997년 저서 <혁신 기업의 딜레마>에서 “새로운 방식의 기술을 통해 시장을 창출해 지속적 혁신이 주류를 장악하는 기존 시장을 대체하는 것이 파괴적 혁신이다”라고 했다. 우버화를 장착한 핀테크야말로 제4차 산업혁명 시대 금융시장의 ‘파괴적 혁신’이 아닐까.
올해 말 우리나라 최초의 인터넷전문은행이 출범할 예정이다. 변화는 이미 시작됐고, 변해야 산다는 인식 또한 팽배하다. 앞선 디지털 인프라와 IT 기술력을 보유한 우리나라 핀테크 기업과 금융기관의 활약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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