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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IT/Humanities

디지털 인문학, 인문학의 미래를 위한 실험


디지털 인문학,
인문학의 미래를 위한 실험

 

정보통신기술ICT의 도움을 받아 새로운 방식으로 수행하는 인문학 연구와 교육, 그리고 이와 관계된
창조적 저작 활동을 일컫는 ‘디지털 인문학’에 대해 알아본다.

글 김현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 인문정보학 교수


디지털 인문학이란
‘디지털’과 ‘인문학’이라는 두 단어의 조합을 생소하게 여기는 학생들과 이런 대화를 나눠본다.
“여러분, 세상에서 가장 큰 백화점은 어디인가요?”
“메이시스, 헤롯, 신세계….”
“세계에서 가장 큰 서점은?”
“반스앤노블, 교보문고….”
“세계에서 가장 큰 도서관은? 박물관은? 백과사전은?”
“….”
눈치 빠른 학생은 어느새 질문의 의도를 알아채고 이렇게 대답한다.
“인터넷이요!”
우리는 이미 우리 삶의 많은 부분을 디지털 세계에 의존하고 있고, 그 현상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인문학’이라는 이름의 교육, 연구 활동도 디지털 세계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디지털 인문학Digital Humanities’이란 디지털로 표현하고 디지털로 소통하는 이 시대에 인문 지식이 더욱 의미 있게 탐구되고 가치 있게 활용되도록 하려는 노력을 말한다.
2008년 미국 인문학재단National Endowment for Humanities, NEH이 디지털인문학지원단Office of Digital Huma-nities, ODH을 설치하고 각 대학의 디지털 인문학 연구 지원을 강화하면서 디지털 인문학은 미국뿐 아니라 세계 대학의 새로운 관심사로 부상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인문학 연구와 교육의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자 하는 인문계 연구자들이 2015년 ‘한국디지털인문학협의회’를 결성하는 등 디지털 사회에서 인문학의 기능을 제고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
‘디지털 인문학’이라는 말이 학계와 교육계의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기 전에도 인문 분야의 연구 자료를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해 학자들의 연구 편의를 돕는다든지, 전자책을 만들어서 교육 교재로 활용하는 일이 적잖게 있었다. 필자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역사 기록 <조선왕조실록>을 디지털 데이터베이스로 편찬하고 CD로 간행한 것이 20여 년 전인 1995년의 일이다.
‘인문학 자료 전산화’라고 하던 이런 종류의 연구와 ‘디지털 인문학’은 어떻게 다른 것일까? 하나의 연장선상에 있다고도 할 수 있는 이 두 가지 연구의 가장 큰 차이점은 ‘누가 하느냐’에 있다.
‘인문학 자료 전산화’는 정보 처리 기술을 운용할 수 있는 사람들이 인문학 연구자와 교육자, 피교육자를 위해 인문학 자료를 디지털 데이터로 전환해 자료 이용의 편의를 증진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했다. ‘디지털 인문학’은 인문학 연구자와 교사, 학생들이 디지털 환경에서 자기 주도적으로 연구와 교육 활동을 수행하는 것이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예전에는 가능하지 않던 새로운 연구·교육 성과를 도출하고 이로써 인문학의 사회 기여를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디지털과 인문 지식의 융합 가속화
연구 방법 면에서 기존 인문학과 비교되는 디지털 인문학의 특징은 ‘소통과 협업’이라는 키워드로 대변할 수 있다. 개인 연구를 위주로 한 종래의 인문학이 숲보다는 나무를 보는 한계를 가졌다면, 디지털 인문학은 숲과 나무를 함께 보는 연구를 지향한다. 혼자 하는 연구에서 공동으로 하는 연구로, 나아가 모든 개별 연구가 공동 성과로 결집되도록 하는 연구가 디지털 인문학이 추구하는 연구 영역에서의 목표다.
디지털 인문학이 교육 영역에서 주목하는 사실은 현대의 교육 수요자들이 이른바 ‘디지털 원어민digital natives’이라는 점이다. 어렸을 때부터 디지털 환경에서 자라나 디지털 기술 활용을 예사롭게 생각하는 차세대가 그들에게 익숙한 방법으로 인문 지식을 배우고 응용하는 능력을 갖게 하고, 그 능력을 더욱 발전적으로 활용하도록 하는 것이 교육 영역에서 디지털 인문학이 기여하고자 하는 일이다.
우선, 교수와 학생이 함께 역사적 사건과 그 중심에 있는 인물, 유물과 유적, 기록물로 남은 역사의 자취가 어떤 연관 관계를 이루는지 지식 노드의 관계망으로 표현하고, 근현대 문학작품의 공간 배경을 전자지도를 통해 시각화한다. 또한 연구와 수업에서 탐구한 지식으로 위키 콘텐츠를 만들고 이를 온라인으로 공유하면서 관련 지식을 상호 참조할 수 있도록 한다. 이러한 활동이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디지털 인문학교실의 현장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모든 새로운 시도가 그러하듯이 디지털 인문학은 당장은 그 성과가 미약하게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다양한 실험적 탐구 속에서 디지털과 인문 지식의 융합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이 세계를 경험한 젊은이들이 이끌어 갈 다음 세대의 디지털 인문학은 미래 사회에서 인문적 학술 활동이 담당해야 할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는 모습으로 발전할 것이다.

 

 

 

인문학 자료 전산화 예시, <국역 조선왕조실록> CD-ROM(1995년 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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