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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NANCIAL IT/Symposium

ISA, 장기적으로 자산관리 인식 확대 계기 마련

ISA, 장기적으로 자산관리 인식 확대 계기 마련

 

지난 3월 14일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판매가 시작됐다. 금융당국의 투자 일임업 범위 확대 이후 증권사의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하고 있는 은행을 제압할 경쟁력은 무엇일까? 랩어카운트, 신탁 등 증권사의 기본 자산관리 시스템은 구축됐지만 제도 발표 이후 세부적인 시스템 투자비용 부담도 증권사가 떠안아야 할 과제였다. 거대 은행권을 앞서기 위한 증권사의 준비 상황을 들어본다.


정리 권순주 기자 사진 김기남 기자


 

왼쪽부터 문진철 신한금융투자 랩운용부 부장, 김규환 미래에셋대우 신탁부 파트장, 김도연 코스콤 영업기획팀장(좌장).

 

 

 

 

ISA 판매 이후 상황

 

김도연 만능통장이라는 ISA가 도입된 지 한 달이 지났습니다. 증권사 분위기는 어떠한지요?
문진철 ISA는 크게 신탁형과 일임형으로 나뉩니다. 신탁형은 투자자가 원하는 금융상품으로 운용하는 형태이다 보니 다양한 상품으로 구성됩니다. 아직 일임이라는 표현 자체도 거부반응이 있고 투자자들이 그런 운용 능력을 신뢰하지 않기 때문에 은행을 통해 더 많이 가입하고 있고 증권사 내에서도 신탁형으로 자금이 몰리는 분위기입니다.
김규환 일임형보다는 신탁형으로 고객이 많이 유입되고 있습니다. 상품 출시 후 은행권 실적 계좌 규모는 모두가 놀랄 정도였지만, 현재는 초기보다 유입 속도가 많이 줄어 안정적 실투자 중심으로 조금씩 유입되는 상황입니다.
김도연 일부에서는 금융위원회가 이 상품을 국민의 재산 증식 목적으로 너무 성급하게 출시하면서 불완전판매 논란이 있었습니다.
김규환 금융상품을 판매할 때 여러 가지 투자자 보호 장치 제도가 마련돼 있습니다. 제가 직접 ISA 계좌를 개설해봤는데 신탁형 같은 경우 자필로 기재하면서 가입하니 30분 정도 걸리더군요. 실제로 고객은 설명을 들으며 가입해야 하기 때문에 40~50분은 소요될 듯한데, 하루에 한 지점에서 몇 만 계좌가 만들어졌다고 하니, 가입 시 고객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것은 아닌가 하는 불완전판매에 대한 우려가 나온 듯합니다. 실제로는 계좌만 만들어서 최소한의 금액만 입금해 놓았을 뿐 아직 실투자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실투자 시 고객에게 편입하는 자산이나 상품 설명의 의무 등이 이행될 것으로 봅니다.
문진철 금융업계나 협회도 투자자 보호 요건을 지키면서 서류를 간소화하는 작업을 계속 진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증권사의 경우 ISA가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로 여러 가지 투자형 상품이 많이 판매되고 있습니다. 은행보다 증권사는 상대적으로 이런 형태의 상품을 경험한 고객이 많습니다. 은행보다는 투자형 고객이 많다 보니 신탁이나 랩으로 기존에 많이 판매됐고 상대적으로 은행보다는 혼란이 덜하지 않을까요.
김도연 은행권의 ISA 계좌 개설 규모가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데, KDB대우증권이나 신한금융투자 같은 경우 은행권 대비 상대적으로 적은 점포 규모가 영향을 받은 건가요?
김규환 은행에서 ISA 계좌를 유치하는 현장 직원들에 따르면 회사의 주거래 금융기관이 은행이다 보니까 그 회사 임직원을 찾아가서 신용카드 만들듯이 하나씩 개설해달라고 부탁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증권사보다는 은행 이용 고객이 많아서인 듯합니다.
문진철 증권사 지점은 은행의 10분의 1 정도입니다. 접근성 면에서 증권사는 어려운 점이 많습니다. ISA 가입 대상자가 근로소득자, 사업소득자, 농어민까지 확대되고 있지만 실제로 농어촌 지역에는 증권사 지점이 거의 없어 접근성이 떨어지죠. 이제 곧 모바일을 통해 비대면으로 고객이 계좌를 개설하고 일임형으로 가입하는 시스템이 열리면 증권사의 계좌 수는 지금보다 증가하리라 봅니다.


 

 

 

증권사의 운용 강점과 어려운 부분

 

김도연 비대면 개설로 증권사가 부족한 영업점 수를 보완할 수 있겠네요. 그렇다면 증권사는 은행에 비해 어떤 강점을 내세울 수 있을까요?
김규환 한 계좌에 여러 가지 자산을 담을 수 있다는 점, 거기에 세제 혜택이 추가로 주어진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증권사는 자산 배분에 역량이 있고 다양한 자산 투자에 경험도 있습니다. 투자는 저축과 달리 백화점식 판촉 행사로 판매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고객과 오랜 신뢰관계에 따라 투자가 이루어집니다. 증권사는 자산 노하우, 투자 경험, 여러 자산을 다루는 기술, 자산 배분 역량, 그리고 리서치, 자산 운용 기능 등이 있어 장기적으로 ISA가 시장에 안착되고 안정화되면 은행보다는 강점이 있습니다.
김도연 신한금융투자는 계열사에 은행이 있어 그런 비교가 더 명확할 것 같습니다.
문진철 증권사의 강점은 프라이빗뱅킹(PB)의 역량인 것 같습니다. ISA는 집합투자증권이나 파생결합증권 같은 것을 포트폴리오 형태로 담아 가는데, 증권사는 그런 것에 대한 직접 운영 경험이나 판매 경험이 은행보다 월등히 많습니다. ISA는 은행의 투자 일임업도 허용되지만, 증권사는 10년 넘게 일임업을 운용해 왔기 때문에 은행보다는 경쟁력이 있습니다.
김도연 ISA 계좌 개설을 준비하면서 전산 시스템이나 마케팅 면에서 어려운 점은 무엇이었나요?
김규환 금융위원회가 업무 지침이나 가이드를 마련해 업자들에게 전달해야 하는데, 세부사항이 늦게 결정된 점입니다. 다행히 지난해 12월에 조세특례제한법이 통과됐지만, 9월에 입법 예고돼 업권 내에서 미리 태스크포스TF를 마련해 큰 그림은 그리고 있었습니다. 방향이나 취지를 명확하게 수립하고 전산 부분을 미리 개발하고 있었기에 큰 어려움은 없었던 겁니다.
문진철 ISA 신탁형은 각 증권사가 2015년 하반기부터 준비해 왔기 때문에 일정 문제는 없었습니다. 다만 일임형으로 처음 이야기 나온 것이 올해 1월 초였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의사결정이 어렵긴 했습니다. 그나마 모든 증권사가 일임형 포트폴리오가 있었기 때문에 출시와 운용에 문제가 없었습니다.
김도연 ISA 출시 후 초기 논란이, 비과세 혜택이 있지만 수수료가 과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최근에 수수료를 통합 공시한다는 내용도 있었습니다.
김규환 수수료가 금융 회사의 가장 큰 수익원이고 상품이나 서비스 제공 용도의 인프라를 위해 여러 제도가 도입되는 데 따른 전산비나 인력비가 추가되는 것에 대해 금융사가 적정 수준에서 보수를 자율적으로 책정하는데, 처음부터 이 제도는 고객의 재산 형성이 목적이기 때문에 보수 자체를 많이 받으려는 회사는 많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일부 언론에서는 보수가 너무 과하다면서 세제 혜택이 금융사로 다 돌아간다고 우려했습니다. 실제론 ISA 관련 제도를 도입하고 상품을 판매하는 금융사들의 보수를 보면 그다지 높은 수준이 아닙니다.
문진철 금융투자협회 사이트에는 증권사들의 신탁형, 일임형 보수 체계가 공시돼 있습니다. 보통의 일임업보다는 저희 기준에서 보더라도 ISA에는 투자자 보호를 위한 여러 장치가 추가됐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랩으로 운용하던 유사 형태 랩의 절반 수준 이하로 증권사들이 동참했기 때문에 수수료가 과하다는 지적은 실제와는 다릅니다.

 

 

 

향후 전망

 

김도연 우리나라는 선진국보다 주식 직접투자 비중이 높은 편인데, 직접투자 비중이 높으면 ISA가 성공하는 데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지 궁금합니다.
문진철 향후 ISA에 대해 국민들이 충분히 이해하는 시기로 넘어가면 은행보다는 증권사 비중이 점차 증가할 것입니다. 은행에서도 일임형이 운용된 지 한 달 남짓이라 일임형이 점차 증가할 것으로 전망합니다.
김도연 지난 4월 11일부터 은행권에 일임형 계좌 출시가 허용됐는데, ISA 최초 출시 시점의 마케팅 과열 현상이 재연될까요?
김규환 은행권은 일임형을 처음 시작하는 입장이라 신중하게 접근할 것입니다. 지금 신탁 쪽으로 몰리는 것을 보면 신탁은 고객이 100% 지정하는 형태이다 보니까 주가연계증권ELS을 100% 투자하는 고객들은 ISA에서 ELS에 투자하면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ELS 투자 고객이 ISA로 많이 유입되고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일임형 쪽에 어느 정도 성과가 나오면 신탁형보다는 일임형 쪽에 자산이 좀 더 옮겨 가거나 새로운 고객의 요구가 늘어날 것입니다.
김도연 은행의 일임업이 가능해진 이후 특별히 준비하고 있는 마케팅 계획이 있나요?
문진철 현재 5년 만기이지만 향후에 제도 변화 등을 통해 가입 대상이 확장되고 가입 한도, 투자 기간이 늘어난다면 지금보다 더 성장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다년간 레코드를 쌓아야 가능하겠지요. 대부분의 고객들은 자산 선택이 어려워 예금이나 환매조건부채권(RP)에 가입하기 때문에 증권사는 고객이 장기적 측면에서 자산 배분을 해야만 성장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도록 해야 합니다.
김도연 ISA에 가입하지 않은 투자자, 혹은 일임형을 선택하는 고객에게 당부할 사항이 있나요?
김규환 신탁형 ISA 같은 경우 투자자가 직접 상품 운용을 개별적으로 지시해야 하는데, 그것이 투자자에게는 큰 어려움일 수 있고 업자는 고객 설명 등을 수행해야 하므로 절차가 복잡한 편입니다. 그래서 신탁형 ISA는 투자 경험이 있는 고객이 잘 활용할 수 있는 유형이라고 생각합니다. 즉 파생결합증권에 투자하는 고객과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하는 고객 등. 또한 신탁을 통해 ETF나 상장지수채권ETN, 리츠 등 상장돼 있는 증권을 매매하면 투자비용도 줄일 수 있습니다. 신탁형은 지정형이어서 고객이 직접 자산 배분을 해야 하는데, 금융 회사의 프라이빗뱅커PB의 조언을 들을 순 있지만 본인이 판단해야 합니다. 고객이 스스로 자산을 배분해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 있게끔 조언하고 제안하는 데 초점을 맞출 생각입니다.
문진철 ISA뿐만 아니라 어느 금융기관에 자산을 맡길지, 어떻게 투자할지는 중요합니다. 해외 펀드 전용계좌, 연금저축 등 비과세 혜택을 주는 계좌는 고객들의 포트폴리오를 살펴보고 최대한 가입하는 것이 좋습니다. ISA도 세제 혜택이 있는 계좌이기 때문에 좋은 금융기관을 찾아가서 가입하면 5년, 10년 후 좋은 결과가 있을 것입니다.
김도연 마지막으로 금융당국에 바라는 점이 있나요? 
김규환 신탁은 대면 중심의 사적 계약이기 때문에 대면을 원칙으로 합니다. 대면이다 보니 고객에게 운용 지시 등을 자필로 기재하게끔 돼 있는데, 물론 투자자 보호를 위해 만들어진 제도이고 신탁의 본질이라지만 투자자 보호를 위해 업무 처리 방법을 불편하게 해 놓은 셈이죠. 이 점을 개선할 필요가 있습니다.
문진철 ISA가 발달한 영국이나 일본의 사례를 보더라도 결국 투자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근로소득자, 사업소득자에 제한돼 있는데, 은퇴자들의 자산관리도 중요하므로 현실적 투자자인 주부나 은퇴자로 대상을 확대할 필요가 있습니다. 영국이나 일본처럼 어릴 때부터 자산관리를 배울 수 있도록 한다면 장기적으로 투자자나 국민들의 인식도 달라지리라 생각합니다.
김도연 새로운 금융상품이 출시됐는데, 이번 기회를 계기로 다른 업권보다 금융투자업계가 더 발전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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