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기술의 도입과 활용, 기술이 비즈니스를 이끄는 기회
오른쪽부터 박기춘 NH투자증권 IT품질기획부 차장, 신구태 코스콤 R&D부 기술개발팀 팀장,
김선길 미래에셋대우 IT지원부 개발지원파트 파트장, 김용환 한국거래소 경영지원본부 IT기획팀 과장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의 경영학 전문지 하버드비즈니스 리뷰는 올해 주목할 8가지 신기술 중 하나로 블록체인을 발표했다. 국내외에서도 블록체인의 연구와 도입에 대한 관심이 지대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시장규모가 작은 국내의 경우 협의체 등을 구성해 함께 대응하는 것이 낫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블록체인 기술의 현황과 향후 전망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글 권순주 기자 사진 김기남 기자
블록체인 기술의 도입과 관점
신구태 팀장(이하 신구태) 좌담회에 참석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코스콤이 블록체인 기술 검증PoC을 진행하고 있습니다만, 블록체인 기술을 바라보는 관점과 도입 방법은 각 사마다 다를 듯합니다.
김선길 파트장(이하 김선길) 1990년대 이후 정보기술IT은 PC통신, 인터넷, 모바일 순으로 발전해 왔습니다. 이어서 2020년을 바라보는 현시점에는 블록체인이라는 새로운 기술이 세상을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기존에 담보할 수 없던 분산 공유원장과 알고리즘의 보안성, 브로커나 중앙기관이 없는 개인 간 거래P2P 인터넷 서비스이기 때문에 금융기관이 연구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김용환 과장(이하 김용환) 거래소는 파일럿 프로젝트로 KSMKRX Startup Market을 진행하려고 합니다. 블록체인은 은행의 선례로 볼 때 국가 간 화폐 거래 시 효율적인 플랫폼인 듯하지만, 증권업에서는 아직 효율성 검증을 지켜보는 시점입니다.
박기춘 차장(이하 박기춘) 블록체인이 NH투자증권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된 건 지난해 하반기부터입니다.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금융업, 특히 증권업에 실질적으로 적용한 사례를 찾기가 어렵더군요. 현재 금융투자협회(이하 금투협) 블록체인분과에 참여해 검토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신구태 코스콤이 바라보는 블록체인은 인프라 성격이 강합니다. 국내 자본시장 인프라는 전산화가 잘 구축돼 있는데, 블록체인이라는 생소한 신기술로 인프라를 바꾸는 것이 실질적인 이익이 있을지 아직 의문입니다. 하지만 호주증권거래소ASX는 블록체인이 청산결제 인프라의 운영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하고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김선길 골드만삭스는 세틀코인SETLcoin을 주식거래에 활용하는 것과 관련해 특허를 냈습니다. 미래의 증권거래에 비즈니스 모델이 적용되면 특허료를 받는다는 전략이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IBM과 블록체인을 이용한 지급결제 시스템을 개발 중입니다.
김용환 나스닥에서 링크라는 프라이빗 마켓을 개설했는데, KSM의 지향점과 비슷해 보입니다. 하지만 거래가 얼마나 잘 됐는지 질의하면 묵묵부답인 상황입니다.
신구태 국내에서도 LG CNS가 블록체인 기반의 비상장주식 유통 플랫폼을 개발하고 스타트업 5개사를 대상으로 전자증권 발행을 시험했습니다.
박기춘 블록체인은 기술 요소 관점에서 최근 화두가 되고 있고, 해당 기술을 활용한 금융 비즈니스 적용 방안 부분은 이제 막 연구를 시작하는 초기 단계로 보입니다.
김용환 증권업에서는 포스트 트레이딩인 청산결제 분야가 현재로서는 가장 적용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하지만 증권업계의 핵심인 매매로의 적용 가능성은 아직 판단하기에 이른 것 같습니다.
투자와 적용 가능성
신구태 주식시장의 경쟁 매매는 시간 우선의 원칙과 같이 트랜잭션 순서가 중요합니다. 블록체인의 기반 기술인 P2P와 블록 생성으로는 호가 순서에 대한 보장이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아직은 주식시장의 트랜잭션 처리 속도, 처리량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장내 매매 시장까지의 적용은 아니라고 봅니다.
김용환 장외시장의 메신저나 전화 거래 정도를 블록체인으로 대체하는 정도는 유망해 보입니다.
신구태 말씀하신 것처럼 퍼블릭 블록체인의 장점인 투명성이 금융기관 시스템에서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거래내역 조회, 저장의 권한을 부여하는 프라이빗 블록체인에 대해서 글로벌 금융기관이 많은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블록체인 적용 사업 영역도 퍼블릭과 프라이빗으로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박기춘 해외와 국내의 적용 사례를 찾아보니 대부분 퍼블릭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비트코인 연계를 통한 업무들입니다. 해외의 경우 외화송금, 인증, 실물자산(금, 부동산) 소유권 증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적용 가능성을 찾고 있더군요. 국내에서도 도입 가능한 부분은 비트코인을 기반으로 한 외화송금 업무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김선길 퍼블릭의 경우 모든 회사, 모든 업무에 맞지 않고 공유원장을 관리해야 하므로 밀리세컨드 이하의 속도를 요구하거나 하이 퍼포먼스high performance를 필요로 하는 데는 잘 맞지 않습니다. 작은 규모의 업무나 작은 회사에도 맞지 않고, 여러 회사가 연합해야 효과가 있을 듯합니다.
박기춘 최근 들어 많은 매체에서 블록체인의 안정성 및 비용 절감 효과에 대해 반복적으로 언급하고 있는데, 실질적인 검토 및 검증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기술적인 안정성과 비즈니스 적용 가능성에 대한 검증도 필요하고요.
신구태 국내 금융권에서는 인증 부분이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기 쉽고, 효과가 있다고 판단하는 것 같습니다. 대체 인증 방안으로 적용 사례가 많습니다. 자본시장에서는 장외시장과 청산결제 부분을 검토하고 있는데 실질적인 효용성은 아직 확신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박기춘 국내 블록체인 기술 기반 스타트업 회사들과 협업해 냉정하게 기술 역량을 평가하고, 신규 비즈니스 영역을 발굴하려는 시도는 어느 정도 필요해 보입니다.
김용환 그래서 해외 대형 투자은행IB들은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핀테크 기업에 투자를 해 둔다고 합니다. 회사에서 사용할 기술이면 흡수하고, 아니면 성장 후 매각하는 방법으로 여러 핀테크 기업에 투자하는 거죠.
박기춘 코스콤 또는 금투협이 블록체인 기반의 비즈니스 도입을 주도한다면, 회원사 대부분이 참여하지 않을까요. 결국 금융업권 내에서 블록체인 컨소시엄 구성과 비즈니스 구현이 화두가 아닐까 싶습니다.
김선길 블록체인 시도에 의미를 두고 경험을 쌓고 있는 과정이라고 봅니다.
박기춘 지금은 블록체인을 어떻게 만들어, 어디에 활용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수준인 듯합니다. 특히 스타트업을 통한 설명회 및 데모 진행 후 받은 전반적인 느낌은 안정성과 구현성에 대한 의문이 다소 들긴 했습니다. 이런 신기술 요소가 투자비용 대비 회사 수익에 기여하는 부분이 어느 정도일지 고민도 됩니다.
신구태 해외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컨소시엄을 이뤄 공동 투자, 공동 연구·개발R&D을 통해 사업 영역을 확대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박기춘 내부 인력만으로 블록체인 기술 역량을 갖추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을까 싶습니다. IT 개발자의 주요 미션은 비즈니스 구현이고, 리눅스 또는 블록체인의 코어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블록체인의 우려와 전망
신구태 블록체인 기술의 보안성이 매우 우수하다고 해도 해킹 사건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습니다. 2014년 당시 세계 최대 비트코인 거래소였던 마운트곡스Mt.Gox 해킹·파산사건과 최근 2016년 6월 이더리움 기반 블록체인 더다오The DAO 서비스 해킹사건, 8월 홍콩 비트코인 거래소 비트피넥스BitFinex 해킹사건이 있습니다. 블록체인 도입에 우려되는 점은 무엇일까요.
박기춘 프라이빗 블록체인을 구성할 경우 일종의 감독기관(공동 의사결정 및 조정)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더리움 해킹사건과 같은 문제점을 방지하기 위해 효과적인 통제장치는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신구태 국내 자본시장에서는 기술, 규제, 사업 측면에서 단기적인 효과를 볼 수 없기 때문에 과감한 투자가 없다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글로벌과 연계되는 국제송금, 물류, 무역금융, 원자재 거래 등의 영역에서는 사업성이 있다고 봅니다. 실제 사례도 많습니다.
박기춘 P2P 기반의 블록체인을 활용한 글로벌 공급망 관리 등과 같은 분야는 충분히 적용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글로벌 업무의 경우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블록체인 업무 시스템 도입 시에는 운영비용 절감 효과도 기대해볼 수 있을 듯합니다.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금융업 이외의 분야에서 블록체인 도입 및 적용 가능성은 상당히 높아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김용환 결국 비용 대비 효과입니다. 물류나 제조업과는 달리 금융은 실수 하나에 대한 위험비용이 커서 블록체인의 본격적인 도입이 어려운 것입니다.
신구태 올 초 R3CEV 컨소시엄 참여 여부에 국내 은행권이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KEB하나금융그룹, 2016년 4월 참여). 글로벌 표준화에 소외되지 않기 위해서라고 봅니다. 자본시장에서도 표준화에 대한 의견을 모아야 한다고 봅니다.
김용환 R3CEV나 하이퍼레저에 참여하는 회사들 역시 기술력 확보만을 위해 참여하는 것은 아닙니다. 기술 개발 과정에서 함께 진행될 표준화에 자사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려고 참여하는 것이지요. 우리 증권업계도 유사한 공동 노력이 필요합니다. 글로벌 표준 제정에도 참여해야 하고, 로컬 표준 제정도 동시에 고려해야 합니다. 예탁결제원이 이미 하이퍼레저에 가입했고, 거래소 역시 글로벌 표준 제정 과정에 참여하기 위해 가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김선길 블록체인은 국제표준이 나오려면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큰 그룹이 생기면 거기에 같이 휩쓸리지 않을 수 없고 그것이 사실상 표준이 되는데, 규모가 큰 로컬 서비스를 공동으로 시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미국에서 이더리움으로 R3CEV를 만들었듯이 우리 나름의 표준을 만들고 필요하면 각 사가 갖다 쓸 수 있어야 합니다. 각 사의 별도 연구보다는 힘을 모아 제대로 연구하는 것이 좋습니다. 핀테크 기업 접촉도 개별 기업보다는 협조적일 테고요. 하나의 플랫폼을 구축해 해외에 연결할 때, 예를 들어 미국에 있는 블록체인을 연결한다면 게이트웨이 역할을 해주면 되니까 그런 식으로 접근하는 게 더 효율적이지 않을까요.
박기춘 당장 실질적인 이익이 발생하지도 않더라도 블록체인이라는 기술 요소는 R&D 사업 관점에서 어느 정도 접근이 필요할 듯합니다. 향후 블록체인 기술 동향도 지속적으로 파악해야 하고요. 국내 스타트업의 연구 성과와 기대 효과에 대해서도 주시해야 합니다.
김용환 핀테크의 등장으로 기술이 비즈니스를 주도하는 시대가 왔습니다. IT가 금융 산업을 이끌어 가는 시대가 도래하는 것이지요. 특히 코스콤이 금융권 내에선 IT R&D를 이끌 수 있는 조직이니 큰 역할을 기대합니다.
박기춘 블록체인을 P2P 방식의 데이터 저장공간 또는 데이터 구조라고 본다면, 가능한 적용 범위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확산될 수 있을지 모릅니다. 다양한 블록체인 비즈니스 구현을 통해 새로운 금융 서비스를 제공해 많은 고객이 생활금융 서비스를 편리하게 누리도록 하는 것은 결국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하나의 방법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신구태 이 자리를 통해 블록체인 정보를 공유하고 서로 도움을 줄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 있어 기쁩니다. 자주 뵙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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