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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IT/Member's Letter

천태만상 하루 들여다보기

천태만상 하루 들여다보기


글 장희지 독자

 

 

 

 

 

무엇을 해야 할지 어떤 일을 하면서 살아야 할지 고민을 해봐도 결론은 쉽게 나지 않았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무작정 일을 시작하게 됐다. 새로운 분야를 접하고 배우는 과정은 재미있었다. 하지만 곧 업무에 적응이 됐는지 머리보다 몸이 알아서 일에 반응을 하며 기계처럼 생활하는 내 모습이 눈에 띄었다. 그때부터 종일 사무실에 갇혀 지내는 일상에 마음이 턱 막히기 시작했다. 매일 매일 미로에 갇혀, 있는지도 없는지도 모르는 탈출구를 찾는 심정이었다.

 

인생의 만개를 기다리며
하루 가운데 점심시간을 가장 기다렸다. 그 이유는 유일하게 외부에 나갈 수 있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밥은 덜 먹어도 괜찮으니 두 발로 걸으면서 바깥세상이 돌아가는 모습을 오래 관찰하는 것이 좋았다. 그 낙으로 지겹고 따분한 사무실 생활을 버텼다. 그러다가 24시간 가운데 1시간을 위해 산다는 느낌이 들면서 삶에 회의가 들었다. 유일한 낙이던 점심시간도 위로가 되지 못하려던 찰나 봄날의 풍경과 사람들이 여느 날과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해마다 봄이 되면 꽃은 피었건만 그동안 나는 꽃을 감상하지 않았다. 그저 스쳐보기만 했지 어떤 이름의 꽃이 피는지 알려고 하지 않았으며 특별한 관심을 두는 일도 없었다. 그런데 사무실에 늦게 돌아가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는지 그 해의 봄에는 따사로운 날씨와 풍경에 푹 빠지고 말았다. 매일 점심시간에 보는 꽃은 아주 조금씩 다른 모습을 하고 있어 아름다운 볼거리였다. 특히 바람이 불어 꽃잎이 휘날릴 때는 환상 그 자체였다. 새뜻한 봄을 그동안 모르고 살았다는 사실에 헛살았다는 생각만 들었다. 또 화창하기 짝이 없는 봄과 지금의 내 현실을 비교하면 한숨만 나오기도 했다. 꽃이 피는 것처럼 무엇을 하면 내 인생도 만개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다 행인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나처럼 점심을 먹으러 나온 사람들이 보였고 가게에 앉아 후식을 먹는 사람들도 있었다. 대부분 사람들의 점심시간은 그런가보다 싶었다. 그리고 그들도 곧 사무실로 돌아가겠지 생각하며 사람이 사는 모습은 엇비슷하다는 것을 느꼈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간, 1시간
그런데 저 멀리서 아침에 봤던 우편집배원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우편집배원은 점심시간 없이 우편물을 돌리고 있었다. 이어 음식 배달을 하는 배달원도 보였다. 그 순간 점심시간이 누구에게나 똑같은 모습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 누군가에게는 달콤한 휴식의 시간이지만 다른 누군가는 여전히 일을 해야 하는 시간이었다. 어쩌면 하루 가운데 1시간이라도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다행스러운 순간이라고 생각하니 고맙고 소중하며 의미가 있는 시간으로 여겨졌다.
그렇게 점심시간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터득했다. 다양하게 세상을 바라보는 연습을 하며 생각도 많이 하게 되고 그런 느낌을 바탕으로 한 줄씩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스스로를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일을 하면 괜찮을지 또다시 탐색했다. 제자리를 지키며 하는 일보다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일이 체질에 맞았고 문서를 다루는 관습적인 업무보다 영감을 근본으로 해 내면을 발산하는 일이 어울린다는 것을 직업유형검사를 통해 객관적으로 알게 됐다. 그렇게 나를 조금씩 알아가면서 삶의 활력이 생겼다. 하지만 현실적인 문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당장 일을 그만두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에는 생활 유지 측면에서 무리였다.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 대신 현재의 일을 하면서 취미로 시간이 날 때마다 글을 썼다. 집에 늦게 돌아가더라도 조금 더 사람과 세상을 관찰하고 매번 걷던 똑같은 길 대신 다른 길을 다녀보면서 영감의 원천을 많이 만들어냈다. 마침 동생의 졸업식을 위해 구입하고 그 뒤에는 방치했던 사진기가 있어 그것을 활용하고자 사진도 찍었다. 글로 표현하는 것에 한계가 있을 때 그림을 그리고 싶지만 재능이 없기 때문에 사진은 정말 많은 도움이 됐다. 그리고 사진을 찍는다는 것을 어렵게 여기지 않았는데 찰나의 각도와 빛 등 외부적 요소에 따라 사진으로 담아내는 것도 마음처럼 따라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해하게 됐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좋은 방법은 내 눈으로 직접보고 머릿속에 기억하는 일. 똑같은 대상이나 현상도 시간에 따라 보면 다르게 보이고 한 번 더 볼 때는 이전에 지나쳤던 것이 보이기도 한다는 점을 느꼈다.

 

삶을 마주하게 해준 영감의 탄생
일상에 지치고 지루하던 찰나에 우연히 점심시간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바뀌면서 삶을 관찰하고 연구하는 일이 재미있고 신났다. 더불어 내가 진정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지도 알게 됐으며 막연한 꿈을 현실로 만들고 싶다는 갈망도 생겼다. 책도 읽고, 영화도 보고, 음악도 듣고, 전시회 관람도 해야 하고 영감의 탄생을 위해서 해야 할 일이 많이 늘어났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이 즐겁다. 왜냐하면 내 삶을 무에서 유로 만들어주는 일들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내 인생이 채워지면 내가 어떻게 살면 좋을지 방향이 보이게 될 것이다. 천태만상의 하루를 들여다보게 된 것은 유익한 전환점이었다. 그리고 나와 세상과의 상호작용으로 긍정적인 효과가 생겨나고 다른 사람에게도 좋은 영향을 행사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는 기쁨이 되리라 여긴다. 이런 엄청난 청사진을 그리며 살아갈 수 있어 설레고 앞날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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