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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IT/Member's Letter

20과 50 그리고 200

20과 50 그리고 200

 

글 박세현 독자

 

조선왕조 500년 동안 왕(임금)들의 평균수명이 47세였다는 통계를 본 적이 있다. 지금은 그렇지 않지만, 과거 1970~1980년대 정도만 해도 환갑
(한국 나이 61세)이라고 하면 집안에서 친척과 친지를 불러 모아 잔치를 벌이곤 했다. 의료 기술의 발달 등으로 인해 우리나라 사람들의 평균수명은 대략 남자가 82세, 여자가 86세 정도 된다고 한다. 더구나 2~3년 전에는 102세 할머니가 암 수술을 받아 ‘100세 수술 시대’를 열었다는 신문기사를 보고 깜작 놀랐다. 늦게 발견한 암 수술은 수술 후 치료 과정이 고통스럽고 수명을 단축시키기도 해 살 만큼 살았다고 생각되면 본인뿐만 아니라 가족들도 수술하지 않고 그냥 사는 길을 택한다고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국내 최고령자는 109세이지만, 의학적 견지에서 인간 수명은 150세까지 살 수 있다고 한다. 세계에서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른 우리나라에서 앞으로는 많은 사람들이 100세까지 살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건강수명’은 ‘평균수명’과 달라 나이가 들면 신체의 장기(臟器)와 조직세포가 노화되고 병균에 대한 저항력도 떨어져 죽기 전 10년 정도는 이런저런 병과 더불어 살아가는 일이 많다고 한다. “‘돈’을 잃으면 조금 잃은 것이요, ‘명예’를 잃으면 많이 잃은 것이다. 그러나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은 것이다”라는 근세 독일의 정치가 비스마르크의 명언은 참으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절박함으로 시작된 달리기
학창 시절, 운동과는 거리가 멀었고, 감기에 걸리면 당시 약사가 지어주는 약을 먹고서도 며칠씩 끙끙 앓았던 적이 많았던 필자는 4년 동안의 국가고시 수험 준비 여파로 치질이 생겼다. 이로 인해 병역의 의무를 다하는 군대생활 중 심한 고통을 겪었다.
3박 4일 동안 완전군장을 하고 철야행군 훈련을 할 때에는 발바닥 전체에 물집이 잡혀 도저히 걸을 수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등에 짊어진 무거운 군장은 차량으로 이동케 하고 소총은 친한 동기생이 대신 들어주었다. 20대의 나이에 50대에 해당하는 체력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이래서는 안 되겠다는 절박감에 군대를 제대한 후 운동을 시작했다. 아침 일찍 일어나 회사에 출근하기 전까지 동네 근처 고등학교 운동장에서 20~30분 동안 달리기를 했고 주말에는 등산을 다녔다. 그러나 밤늦게까지 직장동료들과 술자리를 같이 하거나 야근, 철야 등으로 과로하게 되면 치질 증상이 재발했고, 5년 주기로 2번이나 수술했음에도 불구하고 완치되지 않았다. 
2001년 가을 우연히 어느 노년의 의사가 마라톤을 완주했다는 신문기사를 보고 도전의식이 발동했다. 6개월 동안 준비해 2002년 3월 중년의 나이인 43세에, 동아일보 주최 마라톤 대회에서 4시간 29분 만에 풀코스를 처음으로 완주했다. 완주의 기쁨은 하늘을 날아갈 것만 같았으며, 세상살이의 어떠한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겼다. 동호인들과 함께 마라톤을 배우고 즐기기 위해 ‘평생 동안 풀코스 100회 완주’가 목표인 전문가 클럽(사회인 마라톤 동호회)에도 가입했다. 여기에는 70세가 넘는 분들도 있었지만, 50대가 주류였으며 부부가 같이 마라톤을 하는 분들도 여럿 있었다.

 

마라톤, 신이 내려준 보약
마라톤에 입문한 후 몇 달 동안에는 일요일 대회에 참가한 다음 월요일, 회사에 출근할 때면 다리가 아파 가끔 절뚝거렸고 오후에는 피곤이 풀리지 않아 졸기도 했다. 42.195km를 달리다가 체력적으로 힘든 구간이 나타나면 ‘이렇게 힘든 운동을 왜하나. 다음부터는 그만해야지’ 하면서도 완주를 하고 나면 마음이 바뀌어 다음 대회 참가를 계획했다. 몸은 피곤했지만 마음만은 상쾌했다. 완주 횟수를 늘려나가면서도 매번 대회에 참가하면 1분, 1초라도 기록을 단축하는 데에 재미가 붙어 마라톤 대회가 있는 주말이 기다려지곤 했다. 서울에서 거리가 먼 지방에서 대회가 있는 날이면 새벽 2~4시에 기상해 준비물을 챙겨서 컴컴한 하늘에 별을 보며 집을 나설 때는 대단한 일을 하는 듯한 착각도 들었다. 
2008년 4월에는 3시간 12분의 개인 최고 기록을 달성했다. 평생 동안 100회 완주를 하려고 한 완주 횟수는 어느새 200회 완주를 달성했다. 자동차로 서울에서 부산까지 거리를 대략 400km라고 했을 때, 20회 이상을 달린 셈이다. 마라톤을 하지 않았더라면 가보지 못했을 울릉도, 백령도, 거제도 등에서 마라톤을 완주했고, 몇 번의 해외 마라톤 대회도 다녀왔다. 마라톤을 통해 다양한 직업을 가진 분들과도 알게 됐고, 같은 취미를 가진 동년배들도 엄청나게 많아졌다.
어느 마라톤 예찬론자는 마라톤을 “신(神)이 인간에게 내려준 보약(補藥)이다”라고 극찬하고 있다.
50대 후반을 바라보는 나이에 20대 체력을 유지하고 있는 비결은 마라톤이고 운동하는 습관이다. 놀랄 만한 것은 마라톤을 하면서 치질이 완치됐다는 사실이다. 사업적으로는 성공했지만 술과 담배 등으로 배나온 친구들이나 고혈압, 당뇨, 암 등 성인병이 있는 지인들은 건강한 나를 무척 부러워한다. ‘9988234(99세까지 팔팔하게 살다가 2, 3일 앓다가 죽자)’를 모토motto로 오늘도 새벽에 기상해 한강변(강변북로)을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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