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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PEOPLE/Column

크라우드펀딩과 핀테크의 발전

크라우드펀딩과 핀테크의 발전


2016년 가장 주목을 끄는 경제 관련 제도 변화 중 하나를 꼽으라고 하면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제도의 시행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글 천창민 자본시장연구원 금융법제팀장·법학박사



지난 1월 25일부터 시작된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제도로 인해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핀테크fintech의 한 방식인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증권 발행과 투자가 가능하게 됐다. 2013년 6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된 후 2년 7개월여 만이다. 대출형 크라우드펀딩은 제도적 장애물이 크지 않아 이미 2007년부터 머니옥션과 팝펀딩이라는 중개업체를 통해 그 서비스가 시작됐고, 기부·후원형은 2011년부터 국내에서 관련 서비스를 선보이기 시작했다. 영국에서 조파Zopa라는 대출형 크라우드펀딩 중개업체가 대출 서비스를 시작한 때가 2005년임을 감안한다면, 우리나라의 크라우드펀딩 서비스도 국제적으로 매우 발 빠르게 시작됐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역시 올해 5월부터 시작 예정인 미국보다 빨리 제도를 정비해 시장 수요와 기술 진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해 오고 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이 다른 유형의 크라우드펀딩보다 주목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그것은 핀테크와 관련한 국가적 대응 중 가장 큰 폭의 법 개정이 있었다는 점을 들 수 있을 것이다. 

크라우드펀딩의 의미는 일반 대중crowd이 자금이 필요한 사람이나 기업에 자금을 공급funding하는 행위를 말한다. 이 정의에 따르면 일반인의 모든 자금 공급 행위가 크라우드펀딩에 포함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우리가 이야기하는 크라우드펀딩에는 자금공급자와 자금수요자를 중개하는 핀테크적 요소를 가진 크라우드펀딩 중개업체를 빼놓을 수 없다. 



자본시장 규제와 IT 진보의 간극

크라우드펀딩은 일반적으로 기부형, 후원형, 대출형, 증권형으로 구분한다. 기부형과 후원형은 비수익형으로, 자금공급자가 자금 공급의 대가로 별도의 수익 창출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제도의 규제적 장벽이 거의 없다. 

대출형 크라우드펀딩은 P2P 대출로도 불리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개인과 개인 간의 자금 융통이 크라우드펀딩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개인대여자와 기업차입자 간의 대출형 크라우드펀딩도 다수 존재하기 때문에 P2P 대출이라는 용어는 다소 오해의 소지도 있다. 대출형 크라우드펀딩에서는 대출에 따른 이자 수익을 추구하는 자금공급자(대여자)가 등장하기 때문에 대여자 보호의 문제가 발생한다. 또한 대출이라는 행위는 은행업 등의 인가를 받은 전문 금융업체만 가능하기 때문에 기부·후원형과는 달리 금융 규제의 문제가 발생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대출형 크라우드펀딩만을 직접 규제하는 제도는 없으며, 개별 계약(약관)과 은행업법, 대부업법 등 여신 관련 법률을 조합한 형태를 띠는 것이 특징이다. 대표적인 대출형 크라우드펀딩 중개업체로는 팝펀딩, 머니옥션, 8퍼센트, 펀다 등이 있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 대출형 크라우드펀딩이고, 우리나라에서도 2014년부터 대출형 전문 크라우드펀딩 업체가 다수 출현하는 등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은 다른 유형의 크라우드펀딩과 달리 자금수요자가 증권 발행을 매개로 자금을 공급받는 형태다. 증권 발행이 개입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증권 발행을 규제하는 자본시장법이 적용되고, 이에 따라 별도의 법적 뒷받침이 없는 경우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예컨대,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증권을 발행하기 위해서는 증권신고서를 제출해야 하고, 증권신고서의 작성을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수반된다. 또한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중개업체는 단순한 중개 플랫폼을 거치지 않고, ‘투자’를 중개하는 ‘투자중개업자’에 해당하기 때문에 금융위원회에서 투자중개업자 인가를 받아야 한다. 투자중개업자가 되기 위해서는 최소 20억 원의 자기자본 등 매우 까다로운 진입 규제가 존재한다. 따라서 자금을 필요로 하는 기업 입장에서도, 중개를 하려는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업체 입장에서도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은 자본시장법 규제로 인해 사실상 불가능했다. 

그런데 직접금융시장인 자본시장에서는 투자자와 발행인(기업)이 증권을 매개로 직접 만나는 시장이기 때문에 투자자 보호가 무엇보다 중요하고, 투자자 보호가 담보돼야만 시장의 신뢰와 시장의 지속적인 발전도 담보될 수 있다. 자본시장법은 자본시장의 바로 이러한 특성을 감안해 투자자 보호와 시장의 신뢰 확보를 위한 다양한 규제 장치를 마련하고 있고, 이것은 크라우드펀딩이라고 해서 예외가 될 수 없다. 

그러나 만약 크라우드펀딩의 핀테크적 속성을 감안하지 않은 채 기존의 자본시장 규제만 고집한다면 혁신적인 신생 기업의 자금 조달은 물론, 다양한 금융투자 상품을 원하는 시장의 수요도 외면할 수밖에 없게 된다. 올해 1월 25일부터 시작된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제도는 바로 이러한 자본시장 규제의 측면과 정보기술의 진보를 규범에 반영해 자금 조달을 보다 원활하게 하려는 목적이 반영된 것이다.



증권형, 낮아진 진입장벽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제도에서는 기존의 증권신고서 제도를 폐지하고, 크라우드펀딩 중개업체도 투자중개업 ‘인가’ 대신에 ‘온라인소액투자중개업자’로 ‘등록’하면 중개업을 할 수 있도록 그 규제가 대폭 완화됐다. 온라인소액투자중개업자는 5억 원의 자기자본만 구비하면 등록이 가능하고, 그 외 기존 투자중개업자에 비해 대폭 간소화된 규제가 적용된다. 이는 크라우드펀딩 중개기관의 핵심 역할이 발행인의 발행 조건을 단순히 업로드하는 것이기 때문에 굳이 엄격한 기존의 중개기관 진입 규제를 고집할 필요성이 강하지 않다는 점을 반영한 것이다. 이에 따라 지난 1월 25일 5개사(오픈트레이드, 와디즈, 인크, 유캔스타트, 신화웰스펀딩)가 온라인소액투자중개업자로 등록했고, 지난 3월 3개사(오마이컴퍼티, IBK투자증권, 코리아에셋증권)가 추가로 등록해 현재 총 8개의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중개업체가 존재한다.

그런데 전통적인 자본시장 규제 측면에서 볼 때, 증권신고서 제도는 발행인과 투자자 간의 정보 비대칭성을 완화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규제 장치이기 때문에, 크라우드펀딩에서는 이를 보완하는 장치가 필요했다. 우선 이는 웹 2.0 기술을 이용하는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자체의 특성에서 찾았다.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은 기존 증권 발행 절차와 달리 웹 2.0이라는 쌍방향 의사소통이 가능하기 때문에, 집단지성wisdom of crowds의 발현이 가능하고 이를 통해 어느 정도의 정보 비대칭성을 제거할 수 있다고 보았다. 즉, 기존 증권 발행에서 투자자는 발행인이 제시하는 발행 조건과 정보를 받아들이기만 하는 수동적 입장일 수밖에 없었던 반면,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에서는 투자 희망자가 언제든지 발행인이 제공한 정보와 발행 조건에 대해 의견을 제시할 수 있고, 발행인은 성공적인 발행을 위해 성실하게 그 질문에 응해야만 하기 때문에 크라우드펀딩 메커니즘 자체의 정보 비대칭성 완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사진설명 : 황영기 한국금융투자협회 회장이 증권형(지분투자형) 크라우드펀딩 시행 첫날인 1월 25일 서울 영등포구 집무실에서 온라인중개업체를 통해 한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발행총액 높을수록 검증 수준 높아져

집단지성만을 믿고 기존의 핵심적인 자본시장 규제를 포기하기에는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무리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에 따라 자본시장법은 대표적으로 다음과 같은 보충적인 투자자 보호 장치 2가지를 마련했다.

우선,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조달할 수 있는 연간발행총액의 제한이다. 발행인은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연간 7억 원까지만 조달할 수 있고, 재무제표에 대해 연간발행총액이 3억 원 이상이면 공인회계사의, 5억 원 이상이면 회계법인의 감사 의견을 받아야 한다. 투자 위험이 높은 증권의 발행총액 자체를 제한함으로써 시장 전체의 위험도를 제한하고, 연간발행총액 내에서도 발행 금액이 높아질수록 검증 수준을 높이고 있는 것이다. 

둘째, 증권 발행에는 기부·후원형 등과 달리 집단지성의 발현에만 기대하기 힘든 면이 존재하고, 증권신고서가 없는 상태에서 투자자들이 합리적 투자 판단에 이를 수 있다는 기대 또한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을 이용하는 대부분의 기업이 사업성이 불투명하고 도산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은 신생 기업임을 감안한다면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특수한 방식을 생각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자본시장법은 어떻게 보면 매우 강력한 규제 수단인 일반투자자의 연간투자한도를 도입했다. 일반투자자의 연간투자한도는 연간총투자한도와 발행기업당 투자한도로 구분되는데, 연간총투자한도는 500만 원이고, 발행기업당 투자한도는 200만 원이다. 그런데 연간투자한도는 일반투자자에게만 적용되는 것이므로 전문투자자는 한도의 제한 없이 투자할 수 있다. 그리고 연간투자한도 규제를 도입한 이유가 투자 기업의 파산 등에 따라 투자금을 잃게 되더라도 일상생활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므로, 재산적 여유가 있는 투자자에게까지 굳이 엄격한 규제를 강요할 필요는 없다. 

이에 따라 자본시장법은 일정한 소득 요건을 구비한 일반투자자에 대해서는 일반투자자의 연간투자한도를 대폭 증액하고 있다. 즉, 금융소득종합과세자 등 소득요건구비투자자는 연간 총 2000만 원, 기업당 총 1000만 원까지 투자가 가능하다.

1월 25일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제도가 시행된 이후 4월 현재까지 25건의 크라우드펀딩 시도가 있었고, 이 중 56%인 14개사가 자금 조달에 성공했다. 활발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순조로운 출발임에는 틀림없다. 이 기간 동안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모집에 성공한 금액은 총 18억9000만 원 정도다. 같은 기간 투자에 참여한 일반투자자는 486명, 소득요건구비투자자는 17명, 전문투자자는 52명이었다. 

크라우드펀딩은 핀테크가 접목된 대표적 사례이고, 크라우드펀딩 중에서도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은 규범적 개입을 통해 핀테크를 육성시키고자 한 대표적 사례이기도 하다. 기존의 자본시장법 규제를 완화하기 위해 상당량의 제도 개선이 있었으나, 앞으로 추가적인 규제의 보완이 기대된다. 

특히 핀테크의 발전 측면에서 보면, 이번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제도는 빠르게 변화하는 핀테크의 다양한 측면을 반영하지 못한 점도 있다. 초기 모바일 지원의 미흡이나 공인인증서 사용 의무와 같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온 문제가 불거진 것이 한 예다. 그러나 이러한 것은 크라우드펀딩 제도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한국의 전자금융 규제가 가지고 있는 근본적 문제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아쉬운 것은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제도를 구축하며, 기존 전자금융 규제가 갖는 불합리한 요소를 보다 심도 있게 검토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향후 크라우드펀딩 시장의 발전과 더불어 핀테크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가 하나씩 제거돼 성장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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