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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NANCIAL IT/Insight

규모 경쟁과 속도 전쟁에 들어선 미국 자본시장 거래 시스템

규모 경쟁과 속도 전쟁에 들어선 미국 자본시장 거래 시스템

 

최근 20년 동안 세계 각국 거래소 환경이 급변했다. 자본시장 자율화와 대체거래시스템 발달은 더이상 기존 거래소들이 독점적 지위를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을 만들고 있다.

 

글 신혜권 전자신문 차장


 

금융IT 기술의 발전은 더욱 가속화됐다. 저렴한 수수료와 다양한 매매 서비스로 무장한 대체거래시스템과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기존 거래소는 변화하기 시작했다. 비영리 회원제 구조에서 벗어나 주식회사 형태로 전환하고 인수·합병M&A도 늘어났다. 수수료 체계와 거래 시스템 개선에 나섰다.

 

ATS 등장, 거래소 시스템 급진전

거래소 환경이 급변한 배경 중 하나는 대체거래시스템 등장이다. 증권 매수자와 매도자 간 체결 목적으로 만들어진 거래소 이외의 매매 플랫폼이다. 초기에는 장외 주식을 매매하는 시스템으로 등장했다가 규제 변화로 상장주식을 거래하는 공식 시스템으로 인정받으며 거래소 환경을 위협하기 시작했다. IT로 무장해 낮은 수수료, 고성능 시스템, 새로운 거래 메커니즘을 만든다. 미국 자본거래 시장에서 대체거래시스템의 공식 명칭은 ATSAlternative Trading System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거래소 외 매매 플랫폼에서 발생하는 문제로부터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ATS 규제Reg ATS’를 도입했다. ATS가 일정 수준 거래 규모가 되면 엄격한 거래 정보 보고의무를 부여한다. 공정한 접근으로 정규 거래소 전환도 허용했다.

ATS는 ECN, 다크풀, 크로싱네트워크 등으로 구분된다. ECN은 완전히 자동화된 거래 시스템이다. 정규 거래소 수준의 사전·사후 투명성을 보장한다. 현재 정규 시장에서 활용하는 전자 매매 시스템과 동일하다. 다크풀은 사전·사후적 투명성이 낮은 거래 시스템이다. 거래 관련 사전·사후적 정보 공개 수준이 낮다. 시장 충격 비용을 회피하고자 대량 매매자가 활용한다.

미국에서는 2008년부터 현재까지 30% 내외 점유율을 유지한다. 정규 거래소와 대체거래시스템 간 안정적 시장 분할 상태가 형성됐다. 대표적 ATS는 ‘BATS’와 ‘다이렉트 에지Direct Edge’다. BATS는 2005년 ECN으로 설립됐다. 첨단 거래 시스템과 공격적 수수료 체계로 주식거래 점유율을 빠르게 늘렸다. 2008년 11월 ATS에서 정규 거래소로 전환, BZX와 BYX라는 2개 시장을 운영한다.

 

시장 접근성 높이기 위한 IT 적용

시장 접근성도 높게 요구됐다. 시장 접근성이 높을수록 브로커 개입이 줄고 주문 속도 지연도 사라진다. 이를 원하는 중요한 동기는 알고리즘을 통한 주문 자동화다. 주문 실수 방지, 시장 충격 축소, 투자 기회의 신속한 포착이 핵심이다.

금융 정보량 증가와 정보 처리 능력 진보는 미국 거래 시장을 직접주문전용선DMA 환경으로 전환시켰다. DMA는 유가증권 매매 시 거래소 회원사 주문 대행 없이 투자자가 직접 주문 관리 시스템을 이용해 주문을 전송하는 방식이다. 주문 관리 시스템은 매매 주문 입력·정정·취소 등을 제어하는 시스템이다.

고빈도 매매 확산이 DMA 등장 배경이다. 고빈도 매매 비중이 증가하면서 다량 주문을 실행하기 위해 거래 시장 간 저지연low latency 경쟁에 돌입했다. DMA가 저지연 실현을 위한 필수 서비스로 인식되면서 거래소들은 앞 다퉈 시스템을 증설했다.

세계 주요 거래소는 DMA 서비스 제공으로 유동성 증대와 거래 편의를 도모했다. 세계 60여 개 거래소가 다양한 형태의 DMA를 허용한다. 알고리즘을 이용한 주문 유치를 위해 근거리 접속 서비스를 제공한다.

미국 거래소와 브로커는 통신 환경과 비용 부담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DMA 방식을 제공한다. 뉴욕증권거래소NYSE는 2010년 뉴저지와 런던 데이터센터를 이용해 코로케이션 서비스를 제공한다. 런던증권거래소LSE 등도 근접 서비스를 제공한다.

시장 접근성 제고는 자본시장 거래 프로세스와 인프라에 큰 영향을 미쳤다. 매수 부문 입장에서 보다 직접적으로 시장에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가격과 유동적 상황에서 주문을 유연하고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다. 부수적으로 파급되는 효과는 주문 과정에서 수작업 개입을 최소화한다. 주문 처리에 대한 원가 절감 효과가 있다. 브로커를 통해 주문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전산 시스템에 의해 주문하기 때문에 거래 실행 전까지 고객 주문 기밀이 유지된다.

 

미국 등 글로벌 거래소는 한국거래소의 코스콤처럼 IT 자회사를 둔다. 이를 통해 클라우드 컴퓨팅 등 다양한 신기술 도입을 시도한다.

 

고빈도 매매로 거래소 IT 환경 급발전

고빈도 매매로 거래소 IT 환경은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고빈도 매매는 주문 전달과 체결에서 빠른 속도와 정교한 자동화 프로그램을 이용한다. 네트워크 지연을 줄이기 위해 동역 서비스와 개별 데이터 피드feeds를 이용한다. 포지션을 구축하고 정리하는 데 짧은 시간을 이용한다. 주문 제출 후 단시간 내 많은 주문 취소가 이뤄진다. 장 마감 전 포지션을 0으로 만든다.

고빈도 매매는 미국 주식옵션시장에서 처음 적용됐다. 2003년 미국 헤지펀드인 ‘시타델 투자 그룹’이 LSE에 상장돼 있는 주식옵션 대상 시장 조정 역할을 시작했다. LSE는 주식옵션시장에서 전자지정정가주문장 체결 시스템을 시행했기 때문에 고빈도 매매가 가능했다.

미국 거래소와 ATS는 막대한 거래량 처리와 유동성을 요구하는 고빈도 시장조성자를 유인하기 위해 저지연 시스템을 고도화했다. 미국에서 고빈도 매매는 주식 거래 시장의 50~60% 이상을 차지한다. 미국 주식시장 매매자별 거래량 비중 중 고빈도매매자 거래 비중이 61%를 차지한다.

NYSE 상장 주식 일평균 거래량은 2005년 21억 주에서 2009년 59억 주로 3배 증가했다. 일평균 매매 건수는 290만 건에서 2200만 건으로 7.6배 증가했다. 상장 주식 주문건당 거래 주식 수는 724주에서 268주로 3분의 1 감소했다. 주문 체결 시간도 크게 단축됐다. NYSE 유로넥스트 US는 5밀리세컨드(1000분의 1초), NYSE 유로넥스트 유럽은 0.15~040밀리세컨드를 기록한다.

주문 집중으로 인한 시스템 안정성도 이슈다. 2010년 미국 거래소 시장에서 플래시 크래시가 고빈도 매매로 촉발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특정 고빈도 매매 시스템의 주문 오류가 제어되지 못하면 이상 가격에 주문이 체결되고 다른 고빈도 매매 시스템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준다는 시나리오다.

 

 

IT로 무장한 거래소, 신기술 적용

고도화된 IT 기술이 자본시장 산업으로 급속히 침투했다. 미국 시장에서 전통적 거래소인 NYSE와 나스닥NASDAQ이 주식 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5%에 불과하다. 나머지 대부분은 대체거래시스템 등 새로 생겨난 매매 플랫폼이다.

IT로 무장한 거래소와 매매 플랫폼이 다양한 신기술을 적용한다. 아직은 초기 단계지만 장기적으로 적용이 확대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블록체인 기술이다. 보안과 속도에서 기존 기술보다 압도적 성능을 보여준다.

블록체인이란 분장원장기술이라 불린다. 기존 금융거래는 금액이나 계좌번호, 보안 정보 등 금융 정보를 한곳으로 모아 관리했다. 블록체인이 구현되면 정보를 한곳으로 모으지 않고 시장참가자 컴퓨터에 모두 분산시켜 관리한다.

해당 네트워크에 연결된 수많은 사람들의 컴퓨터에 분산·저장된 장부를 동시에 해킹해야 한다. 비트코인이 블록체인 기술로 현실화된 것이다. 미국 등 글로벌 거래소가 블록체인 도입에 앞 다퉈 나서고 있다. 상당 부분 관련 작업을 진척시켰다. 미국 금융 회사 골드만삭스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SETLcoin’이라는 가상화폐 결제 시스템을 선보였다.

미국 등 글로벌 거래소는 한국거래소 코스콤처럼 IT 자회사를 둔다. 이를 통해 클라우드 컴퓨팅 등 다양한 신기술 도입을 시도한다. IT 인프라를 내세워 해외 M&A와 시스템 구축 사업도 추진한다. 국내 자본시장 관계자는 “글로벌 증권사는 규모와 범위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해 외부 금융IT 업체를 비롯해 다른 거래소, 청산·결제기구 등과 M&A를 추진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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