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FINANCIAL IT/Insight

브렉시트 충격, 이제 겨우 시작이다

브렉시트 충격, 이제 겨우 시작이다

 

지난 6월 결국 영국이 유럽연합 탈퇴를 결정했다. 브렉시트로 인한 충격파가 일단 진정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지만, 우리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을 냉철하게 짚어 장기적인 대응 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글 장보형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이코노미스트 사진 한국경제DB

 

 

 

 

전문가들, 아니 영국의 EU 탈퇴를 놓고 도박을 벌이던 이들조차 가능성을 폄하하던 일이 터졌다. 영국이 6월 23일 국민투표를 통해 EU 탈퇴를 결정한 것이다. 이성이나 돈보다 피가 강했던 셈이다. 예기치 못한 결정에 다음 날 국제금융시장은 패닉으로 반응했다. 국내 금융시장도 개표 과정을 실시간 주시하면서 극심한 혼란을 보였다.
영국의 EU 탈퇴, 즉 ‘브렉시트Brexit’ 결정으로 영국은 43년에 걸친 유럽통합 행보에 종지부를 찍었다. 1973년 EU 전신인 유럽공동체EC에 가입한 후 1990년에는 유로존 전신인 유럽환율조정메커니즘ERM에 참여했으나, 1992년 ERM을 탈퇴한 데 이어 이제 EU마저 등진 것이다. 이 와중에 이민 문제 등 유사한 사회적 갈등에 휘말린 유럽을 비롯해 세계 곳곳에서 분리주의 운동이 탄력을 받고 있다.
다행히 그 충격은 오래 가지 않았다. 영국 파운드는 달러 대비 10% 이상 급락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다른 통화나 금융시장의 불안은 상당 부분 해소된 모습이다. 브렉시트에 대응한 세계 주요국의 발 빠른 유동성 공조와 추가 통화 완화 기대 속에 국제 금리가 급락하면서 위험선호 심리를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한때 브렉시트 충격이 집중되던 영국의 상업용 부동산 펀드 시장도 빠르게 안정을 되찾고 있다.

 

 

브렉시트 충격의 관전 포인트 3가지
브렉시트 경고음은 해제된 것일까? 아직은 답을 내리기 이르다. 이제 겨우 영국 내부적으로 결정이 내려졌을 뿐 브렉시트는 아직 제대로 시작도 안 된 셈이다. 탈퇴가 성사되려면 영국과 EU 간의 새로운 관계 설정을 둘러싼 지루한 협상이 요구된다. 일단 2년의 협상 시한이 정해져 있지만, 양자 합의로 사실상 무기한 연장될 가능성도 있다.
브렉시트 충격을 제대로 가늠하기 위해 3가지 관전 포인트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우선, 탈퇴 프로세스의 순조로운 진행 여부다. 당장에는 영국에 대한 반감으로 독일과 프랑스에서 사실상 퇴출에 가까운 엄포가 이어지고 있지만, 역내 분리주의 움직임을 감안할 때 나름의 복안을 강구할 수밖에 없다. 영국도 EU 편입의 수혜를 유지하면서 외국인 유입 등의 폐단만 시정하려는 태도 탓에 극단적 선택은 여전히 부담스럽다. 영국의 ‘자부심’ 국제금융센터 위상이 상당 부분 ‘EU 교두보’ 역할에 의존한다는 점도 운신의 폭을 제약한다.
둘째, 브렉시트에 이어 EU 내 분리주의 운동의 확산 향방이다. 이미 극우파가 부상하고 있는 오스트리아, 네덜란드, 프랑스에 걸쳐 분리주의 움직임이 번지고 있다. 유럽 위기의 주역인 그리스나 포르투갈, 이탈리아에서도 여전히 진행형인 쟁점이다. 섬나라 특성, 또 대륙 유럽보다는 미국과의 경제적 유대 등 영국의 독특한 입지에 비해 EU 탈퇴 편익이 불분명하지만 유럽통합 시스템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마지막으로, 국제 정책 공조도 중요한 변수다. 영국의 재협상 과정에서 지금처럼 EU와 갈등이 지속된다면 브렉시트로 인한 불확실성이 증폭될 가능성이 크다. 또한 EU 내 분리주의 움직임에 맞서 역내 주요국의 응집력 있는 대응이 부재하다면, 유럽통합 시스템의 존망이 또다시 시험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나아가 국제금융센터로서 영국의 위상을 감안할 때 영국발 국제 유동성 경색도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다. 미국 등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여전히 그 향방을 주시하는 것도 이런 연유다.

 

 

 

다양한 시나리오로 위험관리
따라서 브렉시트 사태 향방과 관련해 시나리오 접근 방식을 취할 필요가 있다. 우선, 최근의 분위기가 보여주듯이 단기적, 간헐적 충격에 그치는 낙관적 시나리오다. 향후에도 협상 경과 등에 따라 단속적으로 불안이 이어질 소지는 크지만, 국제 정책 공조 등에 힘입어 심각한 충격 없이 일단락되는 경우다. 이와 관련해 영국의 ERM 탈퇴 경험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당시만 해도 이탈리아가 동반 탈퇴하는 등 유럽통합 실험이 좌초될 것이라는 우려가 컸다. 하지만 이내 이탈리아도 복귀하면서 1999년 유로존이 성공적으로 출범했다. 브렉시트 역시 영국만의 이벤트로 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그 여진은 세계 경제의 이른바 ‘뉴노멀new normal’ 환경에서 항구적 특징으로 자리 잡을 공산이 크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유럽 재정위기, 신흥시장 불안, 차이나 쇼크 등 여러 불안들이 되풀이돼 왔다. 이제 브렉시트가 새로운 고비로 부각되면서 세계 경제의 성장 눈높이가 거듭 하향 조정되고 금융시장 변동성도 쉽사리 진정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맥락에서 리스크 시나리오에도 관심이 요구된다. 핵심 고리는 유럽통합 시스템의 지속 여부와 영국의 국제금융센터 지위 향방이다. 먼저, 유럽 내에서 분리주의 운동이 확산되면서 각국의 연쇄 탈퇴로 유럽통합 시스템이 재차 심각한 붕괴 위기에 직면하는 경우다. 2010~2012년 유럽 위기 못지않은 충격이 초래될 가능성이 큰데, 가뜩이나 이탈리아를 비롯해 역내 은행권의 취약성이 재조명되는 시점에서 더욱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국제금융센터로서 영국의 지위 재조정과 맞물리면, 영국을 경유하는 글로벌 머니의 재편 과정에서 일대 혼란을 초래할 소지도 크다. 영국이 역외달러(유로달러)의 본산이라는 점에서 국제적으로 새로운 달러 유동성 경색, 즉 영국발 금융위기가 초래될 위험도 간과할 수 없다. 역외달러의 소진에 따른 충격은 미국의 달러 공급을 책임진 연방준비제도Fed 역시 대응 능력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글로벌 금융위기처럼 중국의 ‘안전판’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실로 문제가 커진다.

 

 

 

브렉시트 충격, 국내의 비용 편익은?
우리나라의 경우, 영국과 실물경제 측면의 직접적인 연계는 제한적이다. 우리나라의 영국 수출은 총 수출의 1.4%에 그친다. 물론 선박이나 자동차의 경우 영국 수출 비중이 각각 34.4%, 20.5%를 차지하지만, 오히려 브렉시트 이후 급격한 엔고에 시달리는 일본과의 경쟁력 우위 효과를 감안하면 큰 부담은 아니다. 다만, 브렉시트 충격이 EU로 확대되면 사정은 달라진다. 우리나라의 EU 수출은 10.5%에 이르며, 역시 EU 수출 비중이 큰 미국(16.8%)이나 중국(15,8%)을 통한 간접적 충격을 감안하면 상당한 후유증이 예상된다.
보다 큰 문제는 금융 측면의 전염 효과다. 국제금융센터로서 영국은 유럽이나 중동 등지의 글로벌 머니가 국내 유입되는 핵심 통로로서 역할을 해 왔다. 특히 영국 은행권의 우리나라에 대한 청구권(BIS 기준)은 국내 유입된 전체 외국 은행권 자금의 23.1%(597억 달러, 2015년 말)에 이른다. 게다가 영국 투자자의 국내 상장주식 보유액도 전체 외국인 투자자의 8.4% 수준(35조4000억 원)이다. 다만, 국내 상장채권 보유액은 1.4%
(1조5000억 원)에 그친다.
따라서 브렉시트로 인해 영국계 자금이 이탈할 경우 국내 외화 조달 여건에 심각한 차질이 우려된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영국계 은행 자금이 대거 유출되면서 우리나라는 외화유동성 위기에 빠진 바 있다. 2008년 4분기 중 외국계 은행 자금이 총 661억 달러 빠져 나갔는데, 이 중 영국계 유출분이 170억 달러로 25.8%를 차지했다. 그나마 국내 유입된 영국계 은행권 자금
(잔액)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1042억 달러를 고점으로 최근 597억 달러까지 감소했다는 점은 다행이다. 영국발 충격의 직접적인 파급력이 약화된 셈이다.
브렉시트 향방의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국내 영향과 관련해서도 역시 시나리오 접근법이 중요하다. 낙관적인 시나리오라면 우리 경제나 금융시장이 직접 입게 될 영향은 제한적이다. 물론 브렉시트 부침에 따른 단속적인 변동성은 불가피하나, 그 대신에 ‘상대적 안전자산’으로 국내 금융시장의 위상이 새롭게 조명받을 여지도 있다. 그러나 리스크 시나리오하에서라면 유럽 위기 이상의 글로벌 금융위기 같은 충격이 국내 금융시장을 강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위기는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것이 아니다.

 

 

 

 

* 저작권법에 의하여 해당 콘텐츠는 코스콤 홈페이지에 저작권이 있습니다.

* 따라서, 해당 콘텐츠는 사전 동의없이 2차 가공 및 영리적인 이용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