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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증권사의 먹거리 경쟁, 해외로 발길 돌려

국내 증권사의 먹거리 경쟁,

해외로 발길 돌려

 

2~3년 전 업계 현황 악화로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주춤했던 국내 증권사들의 해외 진출이 올 들어 다시 활발해지고 있다. 수익 다각화와 함께 동남아를 기반으로 한 해외 시장으로의 사업 확장이 업계의 ‘한계 돌파’ 방안의 주요 축으로 꼽힌다.

 

글 윤정현 한국경제신문 증권부 기자

 

‘아시아 최고의 금융투자 회사.’ 최근 인수·합병M&A을 통해 초대형 증권사로 몸집 불리기에 나선 미래에셋그룹과 한국금융지주가 지향하는 목표는 같았다. 국내 먹거리 경쟁이 한계에 부딪혔다는 인식이 증권업계의 위기감을 높였기 때문이다.

신한금융투자는 올 2월 베트남 법인을 출범시켰다. 지난해 12월엔 인도네시아 증권사 지분 99%를 인수했다. 오는 하반기 중 인도네시아 법인 출범도 준비하고 있다. 먼저 현지에 진출해 있는 신한금융그룹의 은행, 카드와의 협업으로 차별화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기업공개IPO, M&A 업무 등 다양한 사업 확대 방안을 계획 중이다. 강대석 신한금융투자 사장은 “인도와 필리핀에서도 증권사를 인수하거나 현지 법인을 설립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라고 밝혔다. 장기적으로 성장의 한계를 맞은 국내 시장을 대체하는 글로벌 사업의 주축으로 삼겠다는 의도다.

한국투자증권은 2007년 베트남 호찌민 사무소를 개소한 후 2010년 베트남 현지법인 지분을 인수해 KIS베트남을 설립했다. 당시 베트남 내 70위권이던 KIS베트남을 지난해 말 기준 7위 증권사로 성장시켰다. 이 밖에 중국 베이징에 문을 연 진우(眞友)투자자문사는 중국 기업의 IPO 등 투자은행IB 업무를 하고 있다.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해외 시장 성공 모델을 만들어낼 경우 다른 신흥시장 공략도 어렵지 않다”며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진출을 성공의 DNA로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사진설명 : 한국투자증권 베트남 현지법인.


증권사의 해외 점포, 5년 만에 흑자

국내 증권사들의 해외 진출 지역별로는 중국(21곳)이 가장 많고 홍콩(16곳)과 미국(8곳) 외엔 베트남(8곳), 일본(6곳), 싱가포르(6곳) 등 아시아 지역에 몰려 있다. 증권사별로는 KDB대우증권(13개)의 해외 점포 수가 가장 많고 한국투자증권(9개), NH투자증권(8개) 순이었다.

증권사들이 해외 사업 확대에 대해 의욕을 보이고 있지만 해외 점포 수의 증가세는 정체 상태다. 2012년부터 업계 현황이 악화되면서 2012년 말 89개였던 해외 점포 수는 2013년 84개, 2014년 80개로 줄었다.

기회를 찾아 일단 해외로 진출했지만 막상 나가서 영업을 해보니 수익 내기가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NH투자증권은 지난해 런던법인을 폐쇄했다. 앞서 현대증권과 신한금융투자도 런던법인을 철수시켰다. NH투자증권은 싱가포르법인을, 하나금융투자는 홍콩법인을 정리했다. 키움증권 역시 중국에서 운영하던 투자자문사의 문을 닫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4년 말 기준 국내 증권사의 해외 점포 당기순이익은 1510만 달러로 전년 대비 3960만 달러 증가했다. 2009년 흑자를 낸 이후 5년 만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수익 규모는 더 증가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증권사의 해외 진출 추세에 맞게 한국거래소와 코스콤도 동남아 지역에 차세대 시스템을 수출하고 있다. 올 2월 베트남 호찌민증권거래소와 2800만 달러(약 346억 원) 규모의 증권시장 차세대 시스템 수출 계약을 체결하기로 했다. 한국예탁결제원, 코스콤과 함께 추진하는 사업으로 매매체결시스템부터 시장정보와 감시, 청산결제, 예탁등록 등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앞서 말레이시아 채권매매시스템ETP, 이슬람 상품매매시스템BCH, 필리핀 증권위원회SEC 시장감시시스템·증권거래소PSE 공시시스템, 태국 주식거래소SET 청산결제시스템 등을 이런 방식으로 수출했다. 우즈베키스탄에서 법규 정비 등 증시 인프라 개선 컨설팅과 IT센터 건립, 증시시스템 재구축 등의 사업도 진행 중이다.

 

인력 현지화, 아시아 틈새시장 노려

단기 성과에 급급하지 않고 현지화에 초점을 맞춘 증권사들의 해외 진출 전략이 먹혔다. 한국투자증권은 2010년 베트남 증권사의 지분 48.8%를 인수한 후 철저하게 현지 수요에 맞는 업무를 중심으로 영역을 확대했다. 이후 지분율을 92.3%로 끌어올리고 유상증자를 통해 이를 98.2%까지 늘려 경영권을 안정화시켰다. ‘한국형 HTS’를 바탕으로 한 온라인 서비스를 선보였고 현지 영업 인력도 늘렸다. 법인 직원이 170여 명에 이르지만 주재원은 3명뿐이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인력을 최대한 현지화하고 한국의 정보기술IT과 시스템을 접목시켰다”며 “시장의 성장 잠재력을 보고 장기적이고 단계적으로 사업을 추진해 나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국내 증권사들이 선진국보다 주로 아시아 시장에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는 것은 성장 잠재력과 더불어 틈새시장 공략 차원에서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자금중개, 프로젝트파이낸싱PF, M&A 시장에서 메릴린치, 리먼브러더스 등 세계적인 IB들의 빈자리가 생긴 것이다. 같은 문화권인 데다 금융시장이 형성되는 초기 단계인 신흥국들이 많아 그만큼 기회가 많다는 의미다.

하지만 국내 증권사들도 그간 해외 진출 경험을 쌓아 왔고 최근 자본 확충 등으로 덩치를 불리면서 경쟁력의 기반은 갖췄다는 분석이다. 박선호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국내 증권사들은 법규상으로는 해외에 진출할 수 있었지만 현실적으로는 자기자본이 너무 적어 해외에 나가도 경쟁이 쉽지 않았다”며 “하지만 실패를 겪으며 노하우를 축적했고 자기자본 규모도 불려 앞으로는 해외에서 보다 다양하고 위험한 자산에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이 생겼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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